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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레퀴프 / 안정환과 이천수의 남아공행은 이뤄질까?

[피치액션 l 안경남]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은 듯하지만 우리는 그와의 추억은 잊지 못한다. 모든 게 달콤했던 것은 아니지만 즐거웠던 추억의 잔상이 진하면 진할수록 힘들거나 외로울 때 헤어진 여자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잊혀진 영웅 안정환과 이천수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드컵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 선수에 대한 추억은 더욱 진해져만 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사상 첫 원정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기성용(셀틱) 등 그 어느 때보다 우수한 자원을 바탕으로 남아공 월드컵 돌풍의 주역이 되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기대도 대단하다. 무패행진 속에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한데다 남아공 전훈과 유럽 원정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진 기대치는 허정무 감독으로 하여금 보다 완벽한 대표팀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타켓형 공격수 이동국의 발탁여부다. 지난 남아공 전훈 내내 이동국은 득점포 침묵과 저조한 경기력으로 인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타켓형 공격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허정무 감독의 발언도 이동국 논쟁을 더욱 부추겼다. 3번째 공격 옵션에 대한 시선이 안정환으로 쏠린 이유다.

허정무 감독은 공개적으로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 안정환을 소집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결국 정해성 코치가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안정환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는 안정환의 컴백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안정환을 만나고 온 정 코치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태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대했던 만큼도 아니었다. 볼을 다루는 기술은 여전했다. 하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그런지 체력이 부족해 보였다.”며 조금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물론 단 한 경기만으로 안정환의 몸 상태를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 코치가 언급했듯이 안정환은 지금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한 창 시즌 중에 있는 유럽파와 장기간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현 대표팀 선수들과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정 코치 발언 또한 의도된 느낌이 강하다. 냉정한 평가로 하여금 언론의 관심을 줄이고 안정환 본인에게도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한 일종의 술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복귀 문제는 안정환과 달리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는 수많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K리그를 떠났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옳지 못했고 이천수 본인은 물론 한국 축구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허정무 감독은 이천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는 “여러 차례 말했지만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천수 역시 월드컵 계획에 있음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의 말처럼 원칙적으로 이천수의 대표팀 발탁은 가능하다. 그가 전남 드래곤즈를 발칵 뒤집어 놓고 스승인 박항서 감독을 배신했다하더라도 월드컵에서 뛸만한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소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축구 칼럼리스트 존 듀어든은 최근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천수가 반드시 남아공 월드컵에 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축구 실력만 놓고 본다면 이천수는 남아공에 갈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다”라며 이천수를 지지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과거 월드컵은 물론 K리그에서 보여준 이천수의 능력은 분명 최고였다.

그러나 듀어든의 바람처럼 이천수가 월드컵에서 뛰기 위해선 허정무가 세워 놓은 또 다른 원칙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바로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다. 허 감독은 안정환과 이천수의 발탁 가능성을 열어 놓음과 동시에 반드시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뒷받침 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렌의 영웅 안정환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시킬 시간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천수는 다르다. 방출설에 휘말리며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한들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안정환과 이천수 보다 이동국을 발탁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전술적인 문제를 떠나 이동국이 보여준 활약상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축구 팬들은 안정환과 이천수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서두 언급했듯이 이들이 남긴 진한 발자취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는 안정환에 의해 웃고 울었다. 미국전 헤딩 동점골과 이탈리아전 골든골은, 월드컵은 물론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안정환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토고전 역전골을 터트리며 골잡이로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월드컵 하면 안정환이 떠오를 만큼 그가 보여준 활약상은 뛰어났다.

이천수 또 어떠한가. 2002년 어린 나이에도 당찬 모습으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승에 기여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기억하는 안정환과 이천수는 월드컵 영웅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또 다시 두 선수를 찾고 있다. 단순히 추억만으로 이들의 남아공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될 수만 있다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 또한 사실이다. 미지의 땅 아프리카에서 안정환과 이천수의 반지 키스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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